연극&뮤지컬

240906 세상친구

김루샤 2024. 9. 7. 15:20

연극 세상친구 2024년 9월 6일 금요일 캐스트보드. 만석 역의 김늘메, 천석 역의 테이, 덕수 역의 태항호, 소출 역의 유일한, 덕자 역의 강연정, 순옥 역의 서태인.

 

두 번째 세상친구.
오늘은 울진 않았어. 아무래도 저번에 볼 땐 내가 정말 많이 힘들었나봐. 그래도 휴전선 만들어질 때부터는 여전히 마음이 미어지더라… 곧 다시 가겠다고 천석이가 말했는데 결국 못 가는 것도 너무 슬프고… 세상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주겠다고 할 수 있는 친구가 있는 건 부럽기도 하고…

천석이는 모두를 사랑해서 북에 남은 것 같아. 가까이 있으면 서로 무너질 걸 아니까. 이미 자신이 지켜내지 못한 사람들 때문에 자책감으로 무너졌잖아. 친구도 무너지고. 그걸 견딜 수가 없는 거지. 하지만 그 결정은 정말 강해서 할 수 있었던 거야. 쉽지 않은 결정이야. 분노로 행동한 소출이나 연정으로 행동한 덕자와 정말 대비되는 모습이기도 해. 분노로 지치지도 않았고, 연정으로 흔들리지도 않아서 마지막까지 자신만의 결정을 할 수 있었다고 나는 생각해. 그러고 보니 천석이는 극중 인물 중에 유일하게 연애 전선에 얽히지 않는 인물이네. 대신 너무나 아가페. 지나가다 마주한 소년병에게까지 연민의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그는 너무나 아가페의 현신.

순옥이 만나면 고백하라고 만석이에게 말하는 천석이의 눈빛이 너무나 예쁘게 빛나더라. 소출이가 말하는 사상에 감화될 때도, 만석이가 최고라고 말할 때도 눈에 별이 박혀있더라. 솔직히 친구에게 미안해서 소작쟁의를 돕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 자신이 사랑하는 어머니와는 다른 길을 걷는 거잖아. 순사보조원이 되어버린 친구에게도 거리낌 없이 자기 본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 기대와 믿음이 그만큼 굳건하기 떄문에 가능해. 그랬던 사람이 인민군이 된 후에는 “공과 사”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자책감에 시달리더라. 더 이상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게 되자 울분에 차더라. 그동안 믿었던 모든 것들이 와르르 무너졌으니. 그럼에도 사랑하고 기대하니까 울먹이고 소리치는 거야. 사랑을 포기했다면 오히려 차가워졌을걸.

그 모든 감정을 하나 하나 같이 느껴보려고 노력했는데, 왠지 모르게 내 마음이 후련했다.

 

마포에서 봤을 때랑 만석, 순옥의 캐스팅도 달라서 비교하는 재미가 있었지. 이번에 본 만석이는 좀 더 순진한 면이 있는 것 같았고, 대신 그래서 3장부터의 변화가 더 크게 느껴졌음. 그리고 이번에 본 순옥이는 정체 공개할 때 긴장하면서도 애써 마음 다잡는 게 보였어.

덕수는 다시 봐도 정말 마지막까지 꺼삐딴 리 같은 기회주의자였구나 싶어 참 한결 같다 생각했고... 소출이의 화전민 엔딩에선 뭔가 지친 게 느껴지기도 했고. 이 극은 인물들의 행보와 당시의 모습을 그저 제시하는 것뿐이라, 이에 대한 판단은 관객이 하면 돼.

그리고 사족으로, 커튼콜 때... 마지막에 손 모으고 있다가 자전거 타는 천석이 귀여웠다...

 

2024년 9월 6일 연극 세상친구 공연 종료 후 테이 배우의 퇴근길. 공간 아울 건물 옆 연극 홍보물이 줄지어 있는 벽 앞에서 테이가 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굿모닝FM 보이는 라디오 때와 같은 착장~

어떤 방식으로든 항상 나를 자유롭게, 외롭지 않게 만들어줘서 최애에게 너무 많이 고마워. 퇴근길 기다리는 동안 심장이 왈츠를 추는 것 같았어. 탄. 탄. 탄. 탄. 탄. 탄. 조금씩 떨어지는 빗방울과 천천히 불어오는 바람, 이따금씩 떨려오는 내 호흡이 느껴지는데 그 순간부터가 참 좋았어. 그리고 와줘서 고맙다고 인사하는 최애가 너무 예뻐서 미소를 잃을 수가 없었어. 2kg 빠진 것 같다 할 땐 역시나 웃겼구 ㅋㅋㅋ 막공까지 무사히 마무리하자. 언제나 사랑해.

 

+) 공연 전 올라온 인스타그램. 눈 동그랗게 뜨고 화이팅 포즈 너무 귀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