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오늘은 가지마 (160214 복면가왕)

김루샤 2024. 9. 13.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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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가왕 스페셜

[풀영상] 복면가왕 테이 - 오늘은 가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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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덕 후에도 미루고 미루다가, 최애가 부른 이 노래를 굿모닝FM 라복퀴 코너에서 처음 듣게 되었다. 너무 잘 불러서 아침부터 전율을 느꼈다.  그렇게 넘어가나 했다.
 
어느 날, 내가 참여하고 있는 독서 모임의 선정 도서를 읽고 있던 중이었다. 어떤 판사가 쓴 책인데, 자신이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꼈던 것들과 그에 따라 자신이 판결문에 쓴 양형 이유를 이야기하는 책이었다. 읽다 보니 이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렇지. 이혼하려면 법정에 가야지. 그런데 이런 내용이 있더라. 합의 이혼 신청서에 적힌 아이들이 나중에 소년재판에 서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그 순간, 내 머릿속에 이 노래가 울려퍼졌다. 그렇게나 절절하던 최애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지나갔다. 책 읽기를 멈추고 울었다. 그랬구나. 내가 이런 감정이었구나. 이 감정을 계속 억누르고 살았구나.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구나. 25년만에 깨달은 셈이다. 내가 그 합의 이혼한 부모의 자녀다. 비록 소년 재판에 선 적은 없지만, 나는 아빠한테 가지 말라고 이야기하지 못했다. 이젠 아무렇지 않다고 말해도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사실 나는 각설이가 정체를 공개하던 순간을 TV에서 본 걸 기억한다. 저 시기에 듀엣가요제 같은 프로그램에서 노래를 부르던 것도 기억한다.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도 그때 느끼지 못했던 걸 왜 지금 느끼는 걸까. 이게 너무나 의문이었다. 데뷔 초부터 봤는데 이제 팬이 된 것도 너무 이상하잖아. 그러다 어렴풋이 답을 찾았다. 저 당시의 나는 아직 저만큼 무거운 감정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이다. 저런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아마 그대로 무너졌을지도 몰라. 무너지지 않을 만큼 내가 성장한 건지, 아니면 최애가 이런 나에게도 노래를 전달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한 건지, 둘 다인지, 그건 모르겠다. 그럼에도 확실한 것은, '테이'라는 가수가 항상 내 깊은 곳에 묻혀 있던, 곪아 있던 감정을 끌어올린다는 사실이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하지만 언젠간 풀어냈어야 할 감정이라 수긍은 간다. 가끔은 해방감을 느끼게 돼.
 
그 뒤로 종종, 이혼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면, 항상 저 노래가 머릿속에 울린다. 내가 못하고 있던 말을 노래가 대신 해줘서 조금이나마 견딜 수가 있다. 보통 연예인 '테이'는 내가 듣고 싶은 말을 해줄 때가 많은데, 이 노래는 조금 특이한 사례. 되짚어보면 발라드는 꼭 연애 관계에만 적용되는 노래는 아니다. 우린 어떤 관계에서든 처절해질 수 있으니까. 그 수많은 관계와 감정 속에서 노래를 통해 서로 교차되고 닿을 수 있으니, 참 다행이고 고맙다. 이런 경험을 오래 오래 같이 하자. 당신은 길게 갈 수 있는 보컬리스트야. 나도 그 길을 함께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