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
11/6 최서연(여배우 役), 유일한(용역 1 役), 한우열(용역 2 役), 테이(처남 役)
11/7 최서연(여배우 役), 장격수(용역 1 役), 한우열(용역 2 役), 테이(처남 役)
11/8 최서연(여배우 役), 유일한(용역 1 役), 최영우(용역 2 役), 테이(처남 役)
정말 감정 롤코 엄청났던 3일간이었고, 그만큼 느낀 것도 많다.
첫날은 아무래도 전반적인 흐름을 따라가면서 봤다. 대사들도 가장 정석대로 나온 것 같음. 연극인 셀프 디스와 세상 돌려까기가 참으로 어질어질했지만 그런 게 오히려 이 극의 매력이지. '처남'이라는 캐릭터가 상당히 독특한데, 그는 '진짜'와 '가짜'를 혼란시키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여배우가 싸대기 독백을 하는 동안 처남이 이를 핸드폰으로 촬영하면서 독백의 현장을 특정한 프레임에 가둬버리지. 그 독백은 그러니까 그 영상에서 마치 통조림과 같이 되는 거야. 특정한 표정과 손짓만을 부각한, 진실되지 못한 영상. 그리고 그것은 매형에게 전송되겠지. 또 하나 포인트는 "놀다가 가세요."라는 대사. "놀다."를 영어로 하면 "play," "play"의 또 다른 의미는 연극. 그가 놀다 가라고 하면서부터 여배우는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기로 한다. 본격적인 연극이 펼쳐지는 것. 그리고 여배우의 니나 독백을 들은 처남은 묘하게 현실적이라 설득될 것 같은 독백으로 여배우를 비판하는데, 분명 우리는 그가 속물적이고 간사한 인간임을 알지만 과연 그의 논리를 어떻게 부술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하게 된다. 이런 부조리를 우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 답을 내기가 너무 어려워서 아팠던 시간이었다. 혼돈이 지나간 후 마지막 독백을 하는 여배우의 모습이 마치 아포칼립스에 마지막으로 남은 인간 같았달까.
둘째날, 내가 떠올린 극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뮤지컬 '틱틱붐.' '틱틱붐'의 대사 중 수잔이 "나는 무용수야. 내가 어디에 있든 난 무용수야."라고 말하는 부분을 난 정말 좋아한다. 내가 예술인으로 활동하면서 힘들 때 위안이 되는 말이기도 하고. 여배우가 아무리 밀리고 밀려도 연극을 할 거란 말이 마치 수잔의 그 대사와도 같단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 생각난 극은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이 극의 인물들은 묘하게 '맨 오브 라만차'의 인물과 대응되는 부분이 있다. 세르반테스는 여배우, 돈 키호테는 니나, 도지사/여관주인은 용역들, 그리고 까라스코는 처남, 거울의 기사 대신 CCTV. 처남이 제시하는 현실, 연극의 모순을 여배우는 알고 있다. 그걸 알기 때문에 여배우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용역들은 연극을 몰랐지만 그런 여배우를 통해 연극의 가치에 대해 알아간다. 한편 처남은 현실에 안주한다, 그것이 현명한 것이라 믿으며. 그러면서 잘 안다는 듯 현재의 연극을 비판한다, 개선하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한 마디로, 입만 살았다. 그래서 그 비판이 공허하다. 여배우는 그것을 알기에 직접 맞서는 대신 연극으로 증명하기로 한다. 행동하는 한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희망이 나타난다.
셋째날, 이 날은 대사가 조금 평소랑 다르게 바뀌기도 하고, 대사 중간에 연기 장치를 잘못 눌러서 연기가 나오기도 하는 등 자잘한 이슈도 있었다. 하지만 최서연 여배우와 테이 처남의 막공이라서 그런 걸까. 두 사람의 합에서 어떠한 힘을 느꼈다. 무엇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으나 테이 처남에게선 그전까지 보여줬던 간사함과 더불어, 가진 것 없는 여배우를 찍어 누르는 위압감이 느껴졌다. 이때 최서연 여배우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위압감을 상대하기 위해 흔들리지 않고 더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매형을 상대할 땐 언제 그랬냐는 듯 위압감을 싹 지우는 테이 처남을 보며 역으로 그의 내면이 가볍단 걸 느낄 수 있었고, 그런 사람이 쓸고 지나간 자리에서 자신 그대로 존재하려는 여배우를 보며 든든함을 느꼈다. 마지막 니나 독백을 들을 때, 희망을 넘어 단단하고 굳센 뿌리를 보았다.
김호경 씨가 이전에 맡았던 반동 인물이나 성격 나쁜 인물들은 그래도 눈빛에서 최소한의 '다정함'이 드러나는 순간이 있었는데, 처남은 그런 거 없더라. 첫날보다 둘째, 셋째 날이 대사톤은 더 좋았고, 공연이 거듭될 수록 순진한 척 매형에게 기대는 겉모습과 속물적이고 기회주의적인 본모습도 더 대비가 잘 되었던 것 같다. 단순히 나쁜 사람이 아니라, 주제 의식을 이끌어낼 수 있는 복잡한 인물이었다고 나는 생각해. 어떤 연기든 도전하고 최선을 다하는 당신이 참 좋습니다. 저도 그에 걸맞은 관객이 되도록 노력할게요.
+)
첫날과 둘째날은 아예 극중 입었던 착장으로 등장 ㅋㅋㅋㅋㅋㅋ 셋째날은 옷을 갈아입었지만 본인 공연 끝나서 그런지 극중 소품이었던 골프채 챙겨가더라 ㅎㅎㅎㅎㅎ 고생했고 내일 도곡동에서 또 봅시다() 테이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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