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FM

241120 오프닝 - '응원과 격려'란.

김루샤 2024. 11. 20. 18:29

11월 20일, 오늘의 오프닝은 프리미어12 이후 김도영 선수의 인터뷰를 언급하며 시작됐다. 다음에는 WBC를 목표로 하겠다고 말한 것을 인용하여, 결과가 좋지 않아도 다시 일어나 도전해보자는 내용이었다.

 

나는 수없이 무너졌다. 어디에서도 나를 수용하지 않았다. 수용받지 못하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다. 그래서 계속 무너지다 보면 다시 못 일어나겠더라. 어차피 무너질 거니까. 이런 나에게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어쩔 수 없지, 뭐. 다시 또 해 봐야지." 그걸 누가 몰라? 아니, 다시 해서 뭐가 돼? 어차피 안될 텐데. 아무도 내 글을 안 좋아하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고? 그러면 당신이 말해봐. 내가 다시 해서 될 만한 사람인지.

 

그럼에도 내가 겨우 숨 쉬고 사는 건 굿모닝FM의 DJ 때문인데, 그는 라디오를 통해 멀리 있는 나를 항상 수용과 응원, 격려로 일으켜세웠기 때문이다. 난 굿모닝FM을 올해 2월부터 듣기 시작했고, 처음 내 사연이 읽힌 건 4월 14일이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가 내게 건넨 말들이 너무나 많다. 혼자 단순 작업을 반복하느라 힘들다고 했을 땐 그럼에도 내게 큰 파워가 있다고 해줬고, 어느날은 산업재해에 대한 안타까움을 공유했다. 코로나에 걸려서 회사에 못 가고 있다 했을 땐 완쾌를 기원해줬고, 고민박살 코너에서 내가 제시한 해결책에 동의해주기도 했다.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우울함을 빠져나올 수 있다고 내가 말하자, 라디오는 DJ와 청취자의 관계더라도 서로 지지해줄 수 있으니 늘 응원하겠다고 코멘트했다. 생명과학을 전공했지만 지금은 뮤지컬을 창작하고 있다고 했을 땐, 자신도 배우로서 열심히 할 테니 언젠간 만나는 날을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테이를 한국어로 바꾸면 '너와 나'라고 실없는 말을 건네면, 그는 한숨 대신 미소를 지었다. 최근에는 나의 퇴사를 축하하며 자유를 누리라 해줬다. 단언컨대, 이 사람만큼 나를 받아준 사람은 만 30년의 인생 중 절대 없다.

 

그래서 오늘, 난 이렇게 댓글을 남겼다.

 

"뜻대로 되지 않아서 좌절했을 때, 주변의 응원과 격려가 있으면 더 쉽게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야구 선수들도 야구 팬들의 응원이 있어서 더 열심히 할 수 있으니까요."

 

그는 내 말에 답을 해줬다, 이렇게.

 

"그렇지. 팬들의 응원도 응원이고. 근데 사실 뭐, 진짜 힘들 때를 좀 돌이켜보면은 그럴 때 있잖아요. 남들이 "힘내. 힘내!" 하는 것도 힘들 때가 있어. 근데 내가 나를 응원할 때. 내가 나를 응원해야지 남들의 응원도 좀 마음에 들어오는 것 같아요. '할 수 있을까?' 이렇게 좀 불안할 때, 그래도 '해볼까?'라고 좀 응원이 스스로에게 생길 때 남들이 "할 수 있지!" 하면 그게 확 받아들여지는데. 모든 걸 다 내려놓으면 안됩니다, 여러분."

 

생각이 많아졌다. 나는 나를 응원하는 게 너무나 어려운데. 내가 세상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걸, 그걸 뛰어넘을 만큼 나에겐 능력도 없고 강한 정신도 없다는 걸, 내가 누구보다 잘 아는데 어떻게 응원해. 남들보다 힘들지도 않은 일에, 남들이 공감해주지도 못할 일에 힘들어하는 나를 어떻게 응원해.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응원을 받아들이지 못한 적도... 지금 생각해보니 한 번 정도 있었던 것 같네. 그걸 제외하면 애초에 나에게 응원 자체는 별로 없었어.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은 한 손만으로 세어도 손가락이 남을 정도니까. 그 중에서도 상당수는 공허한 응원이었어, 님 말고는.

 

그러고 보니 참 신기하지. 나는 나를 응원할 수 없는데, 님의 응원과 격려만큼은 내 마음에 항상 들어와. 대체 왜일까. 님은 왜 나를 '살고 싶게' 만드는 걸까. 알고 보면 내가 나를 응원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스스로를 응원 못해도 괜찮을 만큼, 님의 응원이 굉장한 걸까. 개인적으로는 후자라고 생각하는데, 이게 나쁜 건 아니겠지. 아무튼 님과 내가 이렇게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건 참 좋은 일이야. 나는 언제쯤 나를 응원할 수 있을까. 

'굿모닝FM'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4 MBC FM4U 패밀리데이 라인업  (1) 2024.11.27
241122 언어유의 / 아깨미  (0) 2024.11.22
241118 오프닝 / 유행본부  (0) 2024.11.18
241116 주말엔 운동해야지  (0) 2024.11.16
241101 오늘의 키워드 뉴스  (0) 2024.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