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3시 공연
캐스팅: 테이(루드윅 役), 김준영(청년 役), 김지유(마리 役), 윤도영(발터 役), 크리스 영(피아니스트)
***스포 많음***
객관적인 후기 따위는 버린지 오래다....
김호경 씨는 진짜 뭐하는 사람임...? 난 이 배우를 볼 때마다 진짜 디톡스를 하고 나온다... 아니 제가요...... 일부러 우는 게 아니라요....... 보다 보니까 저 사람이 자꾸 저를 울리는데요..... 그것도 속에서 곪은 거 다 끄집어내는 것 같아서 진심 공연이 끝나도 진정이 안됨.... 미치겠음..... 그냥 버스 안에서도 왈칵 터져 버려...... 누가 보면 사연 있는 줄 알 듯..... 다시 말하지만 일부러 우는 게 아닙니다!!!!!! 근데 진짜 너무 펑펑 울게 돼 미치겠어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그렇게 바쁘게 사는데도 노래는 겁나 안정적임;;;;;; 술담배 안 하는 게 진짜 엄청나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ㅇㅇ...
내가 이번이 자첫이라 넘버 제목을 몇 개는 알지만 모르는 게 더 많다는 걸 감안해주시길 바라며... 세세하게 짚자면.... 일단 등장부터 미쳤음..... 걸음걸이부터 꼬장꼬장하지만 나이든 그것이라 내적 비명 지름..... 그리고 얼마 안돼서 '다락방의 피아노' 나오는데.... 와, 이때부터 눈물 나오는 걸 겨우 참았다고... 벌써 울면 안된다.... 앞으로 갈 길이 먼데 벌써 울면 나중에 김 빠진다 싶어서....... 근데 그렇게 아빠한테 혼나고 맞았는데도 피아노가 좋았다고, 천진난만하게 피아노 연주 손짓 하는데 어떻게 처음부터 안 울어.....? 그러다가 어린 베토벤 역할 하던 아이가 베토벤 아버지 역할로 전환하면서 베토벤 마구 혼내니까 바로 손으로 싹싹 빌고 퇴행하는데 이거 어떻게 안 우냐고....... 하 그래 내 MBTI 극 F다.... 아니 근데!!!!!!! .... 하............. 진짜 얼마나 음악을 사랑하면........
그러다가 청년 루드윅 나오니까 김테이가 극장주를 연기하는데 극장주 왤케 깨발랄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동그란 금속테 안경 쓰고 물개 박수 치는데 넘 귀여운 한편 남 일 같지 않았네요;;; 극장주 연기할 땐 말투랑 걸음걸이 또 확 달라지니까 ㅁㅊㄷㅁㅊㅇ...... 그렇게 귀요미 극장주에 날 절여놓고 다시 장년의 루드윅으로 나오는데... 이때부터 전반부는 청년 루드윅의 시련을 장년의 루드윅이 지켜보는 입장이란 말이지. 마리가 발터를 베토벤에게 맡기려 했지만 끝내 거절당하고 갈 때, 장년의 루드윅이 뭔가 전해주려고 하다 그러지 못하는 걸 보고 '마설 발터 죽음?' 했는데 진짜 죽더라............. 아 진짜 작가님 너무해........ 발터가 죽고 나서 마리가 다시 루드윅을 찾아왔을 때 마리와 청년 루드윅이 감정을 서로 쏟아내는데, 장년의 루드윅이 한쪽에 앉아서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그걸 듣고만 있어. 난 그게 그 모든 감정을 장년의 루드윅이 다 감당하고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여서 너무 마음이 아프더라고.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마리의 말, 자신의 감정에 빠져 주변을 돌아보지 못했던 청년 루드윅의 절규, 그 모든 아픔을 인정한 테드윅이 "정적."하고 '운명' 넘버를 시작할 때... 청년 루드윅의 귀를 감싸는 손길과 청년 루드윅을 바라보는 눈빛이 얼마나 다정하고 따뜻한지.......... 극 속에서 이 넘버를 보니까 너무나 너무나 전율이고 감동이라 여기서부터 또 오열...... 내가 나 자신을 끌어안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야. 테드윅이 주녕드윅에게 보여주는 미소를 보며 나는 오히려 울 수밖에 없었고... 이 넘버가 끝났을 때 객석에서 박수도 나왔어.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을 거라고 생각해.
여기서부터는 이제 장년의 루드윅이 직접 과거를 보여주는 주체가 된다. 곡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며 주요 교향곡이 차례대로 나오는데 운명, 영웅, 전원 등의 음악이 나올 때마다 곡을 쓰고 표현하는 모습이 그 누구보다 자유롭고 행복해 보였어. 그래서 계속 울었음....... 조카 카를이랑 같이 놀아주는 것도....... 루드윅은 이런 사랑을 갈구했을 텐데 싶어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 그런데 이제 여기서부터 비극 시작이죠....... 카를에게 발터를 투영한 루드윅이 카를을 어떻게든 음악가로 키우려고 하는데, 카를은 음악에 그 정도로 진심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루드윅은 '아직도 음악만 꿈꾸고 있는 바보'인데다, 몸도 마음도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는 상태라 더더욱 자기가 원하는 것만 말했던 것 같아. 물론 루드윅의 삶을 계속 지켜본 관객 입장에서야 루드윅이 이해가 가지만, 그렇다고 카를이 괴롭지 않은 게 아니니까 대환장.
그러다 마리가 오는데... 여기서 진짜 웃픈 상황이 발생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 앞선 장면 중 교향곡 작곡할 때의 테드윅이 너무 흥분해서 책상의 잔 하나를 떨어뜨렸는데 그게 무대 아래로 떨어져버렸거든. 근데 마리랑 술을 마시려고 준비하다가 잔이 하나 없는 걸 그때서야 깨달아가지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하나밖에 없는 잔은 마리에게 주고 자기는 술병째로 마시는 걸롴ㅋㅋㅋㅋㅋㅋㅋㅋ "난 이대로 간다." 하는데 진짜 웃겼음 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 선생님의 음악이 큰 힘이 되어줬다고 말하는 마리도 정말 참 남 얘기 같지가 않구요;;; 루드윅과 마리의 관계가 '벗'이라는 단어로 정의되어서 참 좋았는데, 그럼에도 마리가 자신의 성별과 이름 그대로를 세상에 드러내지 못하는 걸 루드윅이 이해하지 못하는 게 참 안타깝더이다... 그만큼 루드윅은 자기 자신으로 서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단 거겠지만...
이어서 카를과의 갈등이 더 역동적으로 나타남. 카를은 자긴 음악을 하고 싶지 않는다 말하고, 루드윅은 음악을 시키는 것 역시 사랑이라 하고, 마리는 이 둘을 중재하려 하지만 루드윅은 마리의 말을 듣지 않아. 앞서 말했듯 루드윅은 마리가 진실되지 못한 모습으로 산다고 생각하니까. 심지어 발터에 대한 이야기를 카를이 알게 되면서 갈등은 극으로 치닫는데, 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루드윅이 내놓는 대안이 오로지 음악, 음악, 음악인 게 진짜 보는 사람을 너무 괴롭게 함... 아 할부지 그거 아니라구요오오오!!!!! 그런데 이해는 되니까 욕은 못하겠고 아나....... "연습을 게을리 하면 안돼."라고 반복하는 거라든가, 카를 몰래 연주회를 기획한다든가... 본인은 정말 카를을 위해서 하는 게 맞긴 해;;;;; 마리가 떠난 후, 카를이 무릎 꿇고 음악 하기 싫다고 말하는 거나, 루드윅이 카를을 "쉿-"하면서 잠깐이나마 안아주는 거 보면 루드윅도 카를도 서로를 사랑하는데... 루드윅이 카를을 마지막으로 붙잡기 위해 합창 교향곡을 쓰고 지휘하며 크게 웃는 모습이 너무나 소름끼쳐서 저는 입을 틀어막았습니다..... 카를이 보면 공포요, 모르는 사람이 보면 광기인데, 본인은 그게 최선이라는 게 돌아버리는 모먼트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서 결국 카를은........ ...... 죽지 않았다고 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 모든 사건이 지난 후, 뒤늦게야 많은 걸 깨달은 테드윅을 보면서 많은 감정이 느껴졌어. 그래도 깨닫고 생을 마무리해서 다행이었고, 꿈을 꾸는 일은 외로울지 모르나 누군가가 꿈을 꾼다면 그 꿈은 이어진다는 그 말에 공허함은 없었고, 용서를 구하며 떠난다는 그의 마지막 넘버가 참... 비로소 자유를 찾았구나. 음악을 넘어 삶의 자유를 찾았구나....... 아픔의 굴레를 내려뒀구나....... 너무 늦었다고 해도, 자신의 아픔도, 상대방의 아픔도 품어줄 수 있게 됐구나..... 저는 여기서 통곡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가 떠나도 슈베르트가 그의 음악을 이어주고..... 누군가가 그의 음악을 기억해준다는 것이 참으로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커튼콜에서.... 배우로서 인사할 땐 반듯하게 인사하다가 지휘봉 넘겨 받을 땐 다시 루드윅으로서의 자세와 걸음걸이로 바뀌는 김테이를 보며 저는 다시 한번 실로 감탄했고, 운명교향곡 첫 마디를 지휘하며 끝나는 그 모습에서 붕괴가 되어버렸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베토벤은 너무나 외로운 사람이었지만, 어떻게든 그와 연결되는 사람 그리고 음악이 있었고, 그래서 그의 마지막이 마냥 외롭진 않았을 거라 생각해... 하지만 이렇게 마무리하기까지의 삶이 아프면서도 그가 추구하는 자유가 와닿아서 많이 울었던 것 같아. 그런데 공연 끝나고 나니까 이런 얘기를 어디에도 할 수가 없더라....... 외로워서 길바닥에서 좀 더 울다가 버스 타러 갔다.... 그랬다.......
하.... 대략 글로 남겼는데도 내가 느낀 것들이 글로 온전히 표현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속상해.... 진짜 항상 나에게 자유와 해방감을 선사하고, 정화라는 의미의 카타르시스를 그대로 전해주는 배우인데, '테이'라는 사람은....... 배우가 울지 않아야 오히려 관객이 운다고 하잖아. 오늘 딱 그랬어. 베토벤이 웃을 수록 나는 더 울게 됐거든....... 그리고 정말 이 배우는 '사람'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걸 이 작품으로 또 느꼈고...... 여담이지만 눈이 커서 조금 멀리서 봐도 표정과 눈빛이 참 잘 보이거든요. 이것도 엄청난 장점 아닙니까. 세상이 나를 외롭게 해도 무대에서 김테이는 나를 외롭게 두지 않는다. 그 찰나를 위해서 나는 또 일상을 버텨볼게. 울고 싶은 만큼 울게 해줘서 고마워.
+) 캐스팅보드 없어서 아쉽다 우우
+) 대극장으로 가지 말아주라 그냥 이 버전으로 댕로에서 한 번 더 안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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